3일 오후 충남 청양군 청남면 왕진리. 금강 백제보 인근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은은한 버섯향이 코끝에 와 닿는다. 마을 곳곳에 있는 표고버섯 재배사 100여 개와 표고 포장공장에서 퍼져 나오는 향이다.
이 마을에는 한국에서 버섯 재배로 최고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정의용 씨(49)가 살고 있다. 재배사에서 정 씨와 아내 박은순 씨(44)를 만났다. 특이한 점은 이들 부부가 살피던 버섯은 참나무 원목에서 나온 것이 아닌 톱밥을 담은 비닐봉지에서 나왔다는 것.
한국 표고버섯의 역사를 바꾼 톱밥표고 이야기는 정 씨의 삶이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버섯 재배를 시작한 것은 1998년. 공무원이었던 그는 역시 버섯 재배로 파산한 아버지를 대신해 버섯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충남 부여에서 유치원교사로 일하던 아내를 설득했다. 어린 남매는 여섯 살, 네 살이어서 시골로 데리고 오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제 나이 서른다섯 살이었어요. 그런데 농민들이 작황부진, 가격변동, 중국산 버섯 수입으로 고통받고 있더라고요. 이런 삼중고를 헤쳐 나가려면 품질 좋은 버섯을 쉽게 생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의 도전은 우수기술 벤치마킹이었다. 그중 대만에서 성행하는, 톱밥을 통한 재배기술이었다.
“원목 표고는 수확까지 2년이 소요되지만 톱밥 표고는 3개월이면 가능했어요. 수확량이 대략 5배나 많은 셈이죠.”
대만에서 도입한 톱밥 재배가 국내에서 쉽게 성공할 리 없었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4년 만에 수억 원을 허공에 날렸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참담했어요. 중대한 결정을 했죠. ‘여기서 포기하면 그동안 쏟아 부은 돈은 낭비요, 계속하면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03년 그는 사계절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투입비용이 절감되는 봉지를 이용한 표고버섯 재배에 성공했다. 톱밥 표면을 비집고 나온 버섯은 조직이 단단하고 갓은 오므라졌으며, 색깔은 뽀얗고 저장성도 우수해 그야말로 1등품이었다.
그의 성공은 국내 표고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예전에는 참나무 원목 표고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국내 표고 생산의 40%가량이 정 씨가 개발한 톱밥방식이다.
한국표고톱밥재배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 씨는 이후 마을주민 8명과 함께 청흥버섯영농조합을 설립해 지난해 400t에 3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정 씨 개인이 출하한 버섯은 15억 원어치가량으로 순소득만 8억 원에 이른다. 그의 버섯은 사진이 인쇄된 라벨을 붙여 전국 대형할인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정 씨는 “조합원 중 4명은 귀농자인데 연매출이 1억5000만 원을 넘는다”며 “대부분 버섯을 재배하겠다고 문의해와 ‘먼저 산림버섯연구소에서 수업부터 받고 오라’고 타일렀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씨 등 성공한 임업인들의 우수사례 발표와 산림경영 컨설팅이 7일 낮 12시 반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2012 임업인 만남의 광장’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