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기 김형우 기자 = 충북 영동군 상촌면에서 야생버섯을 채취하는 이모(62)씨는 지난 추석 연휴를 산에서 보냈다.
제철 맞은 송이와 능이 등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작황에 따라 값이 들쭉날쭉하지만, 송이의 경우 1㎏에 10만∼30만원을 호가해 쏠쏠한 수입원이 된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이 지역 야생버섯 작황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여름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산림이 메말라 흔한 잡버섯조차 구경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상황이 급반전됐다. 귀한 대접을 받는 송이·능이가 앞다퉈 고개를 내밀더니 밀버섯·밤버섯 등은 발에 밟힐 정도로 흔해졌다.
수확량이 늘면서 추석 전 40만원을 호가하던 송이값도 20만원대로 곤두박질한 상태다.
상촌장터에서 버섯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올해는 송이 구경하기가 힘들 줄 알았는데, 추석 무렵 갑자기 물량이 터지기 시작했다"며 "요즘 출하량은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아 하루 40∼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야생 버섯 수확철을 맞아 이 지역 주민들은 29일 자연산 버섯 음식거리 축제를 연다.
상촌면 다목적광장에서 열리는 축제에서는 희귀 버섯 전시회·버섯 음식 시식회·초대가수 공연 등이 마련되고, 산에서 갓 채취한 버섯을 파는 경매행사도 진행된다.
속리산 산림 부산물 작목반 회원들도 요즘 버섯채취가 한창이다.
박경화 회장은 "지난주부터 버섯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송이 채취량도 머잖아 예년 수준을 따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림조합중앙회의 송이 공판량에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4∼28일 전국 17곳의 산림조합이 사들인 송이는 8만3천9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4천800㎏)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능이 수매량도 1만2천㎏으로 작년 전체 수매량(3천223㎏)의 4배에 달한다.
김기순 산림조합중앙회 생산이용팀장은 "이달 중순 이후 송이·능이 출하가 급증하면서 작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 수매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태풍 '솔릭'에 이어 하루걸러 하루꼴로 내린 비가 버섯 균사를 빠르게 성장시켰다"고 분석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가강현 박사도 "야생버섯 포자는 지표 온도가 20도 밑으로 떨어지고 습도가 70% 이상 유지되면 잘 자란다"며 "추석을 전후해 이런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전국 모든 지역의 버섯 작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충북 최대 송이 산지인 제천시 금수산과 가은산 일대는 비가 온 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버섯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버섯 수집상을 하는 서인재(63)씨는 "추석 이후 아침 최저기온이 10도 아래도 떨어지면서 버섯 자실체가 땅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전국적으로 송이가 풍작이라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여전히 귀한 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