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강연을 할 때마다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들 편식에 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 아이가 버섯을 안 먹는데 어떻게 하면 먹일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많다. 처음엔 질문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버섯을 안 먹는다고? 그 맛있는 걸? 왜?’ 문제는 버섯을 먹지 않는 아이가 아니었다. 엄마든 아빠든, 버섯을 요리하는 사람이 버섯에 대해 잘 몰라서 맛없게 요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가 찾은 결론이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늘 즉석에서 버섯을 볶아 아이든 부모든 먹어보게 한다. 반응은 신기할 정도로 항상 똑같다. 버섯을 입에 넣고 몇번 씹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를 마주 본다. 그리곤 다시 버섯을 집어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마음 한편이 뿌듯해진다.
버섯은 다 맛있다. 심지어 독버섯도.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맛있어 보일 정도다.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맛도 다 다르지만 오늘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버섯 중 하나인 참송이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유럽에 포치니라는 버섯이 있다. 고급 식당에서도 비싼 요리에 쓰이며 부재료가 아닌 주재료로 꽤 가치 있는 버섯이다. 참송이버섯을 보면 늘 포치니가 생각난다. 그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향과 맛이 그 무엇과도 비슷하지 않고 뚜렷한 개성이 있어 요리사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재료다.
참송이버섯은 표고버섯을 개량해 만든 신품종이다. 표고버섯 포자를 무작위로 교배해 얻는 것으로, 다른 버섯과 달리 갓이 벌어지지 않고 대가 두툼한 것이 특징이다. 육질이 송이버섯과 비슷해 손으로 찢어보면 잘 익힌 촉촉한 닭가슴살을 찢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좋은데, 잘게 찢은 참송이버섯을 입안에 넣고 씹으면 식감이 ‘소복소복’한 것이 꼭 함박눈을 밟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향과 맛이 너무나도 개성적이어서 표고버섯의 포자를 이용해 만든 버섯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참송이버섯농장인 하나바이오텍이 경기 연천에 있다고 해 그곳으로 향했다. 박동윤 하나바이오텍 대표와 함께 참송이버섯 재배과정을 순서대로 둘러봤다. 이곳에서는 배지 생산부터 종균 배양, 버섯 재배까지 참송이버섯 생산의 모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농장은 하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고도화된 기술과 노하우도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연천의 자연환경이 버섯재배에 적합하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반대의 답이 돌아왔다.
“연천은 겨울에 날씨가 너무 추워서 버섯을 재배하기에 결코 적합한 환경이 아닙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외곽인 연천까지 오게 된 거죠.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현재는 연천에서도 참송이버섯을 원활히 재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많은 농가들이 찾아와 기술을 배워갔고, 여전히 여러농가들이 기술을 배우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참송이버섯은 재배가 까다로워 실패하는 농가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참송이버섯 재배농가가 늘지 않았고, 가격도 표고버섯에 비해 두배 반이상 비싸다고 했다.